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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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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남문화연구원   |  등록일 16-03-10 15:15   |  조회 4,285회

제2호: 대구 지역의 ‘생활어’, 대구 사투리의 특성

본문

얄마! 니가 자꾸 그케싸이 절마가 우숩게 본다 아이가

내가 머 우쨌다꼬 시아는 나만 머러카노!”

 

 대구 토박이가 주고받음직한 말을 잠깐 적어 보았다.

 

 우리는 흔히 사투리(혹은 방언’)표준어의 반대어라 생각한다. 이것은 잘못은 생각이다. 사투리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어다. 공식적 자리에서 격식을 갖추어 표준적인 발음과 어휘를 사용하는 말이 표준어이다. 따라서 표준어의 반대어는 생활어라 함이 옳다. 서울말을 표준어라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현재의 표준어 규정이 서울말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서울말 자체는 아니다. 서울의 보통 사람들은 일상어에서 서울 사투리를 쓴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그네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사투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여러 지방의 사투리들은 공통적 요소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한국어 화자들은 서로 큰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런 공통적 요소의 집합체를 우리는 공통어라 한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지역어[서울말]을 중심으로 표준어 규정을 성문화하고 이것을 국가적 언어 정책으로 강조하고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사투리를 생활어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일상생활에서는 사투리를 쓰고, 공공적 성격이 강한 자리에서 표준어적한국어를 쓰면 된다. 사투리를 생활어로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어의 밑바탕 언어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다.

 

 대구 사투리의 전반적 특징 몇 가지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구 사투리는 여러 측면에서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대구 사투리에는 높낮이(고저악센트)가 있다. ‘’(고조, 타는 말, ), ‘’(저조, 계량 단위, ), ‘’(장조, 사람의 말, )을 높낮이와 장단으로 구별해 낸다. 이것은 세종대왕 당시에 방점으로 표기된 고저악센트가 남은 결과이다. 의문법에서도 대구 사람들은 니 어데 가나?”니 어데 가노.”를 각각 다른 의미로 쓴다. 이런 의문법도 세종대왕 당시에 존재했던 것이다. 어휘에도 고어형이 많다. ‘지렁’(간장), ‘쏘박’(, 고어 에서 온 말), ‘정지’(부엌) 등이 그 예다. 대구 사투리에만 쓰이는 특유의 한자어도 있다. ‘계추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르는 낱말인데, ‘계취(契聚)’에서 변한 말이다. ‘계모임은 이 단어의 뒷자를 번역한 것이다. ‘시껍했다고 할 때의 시껍식겁(食怯)’에서 온 것이다.

 

 둘째, 대구 사투리는 보수성뿐 아니라 혁신성도 지닌다. 대구 사투리가 가진 혁신성 중 대표적인 것은 단모음의 수가 전국 방언 중 가장 적은, 6개라는 점이다. 표준어의 단모음 , , , , , , , 의 구별이 없어지고, 의 구별도 없어져 6개가 된 것이다. 모음에서 일어난 이 혁신은 20세기 초에 이미 완성된 것인데 전국 방언 중 가장 빠르다. 요즘은 서울이나 충청도 등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를 구별하지 못한다. 대구 사투리를 가장 대구 말답게 만든 혁신은 음절이 긴 어형을 짧게 줄이는 발음 습관이다. “니 차말로 이칼라 카나?”에 쓰인 이칼라 카나이렇게 하려고 하느냐를 줄인 말이다. 경상도의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을 부를 때 종종 샘예혹은 쌤예라고 한다. 선생님의 줄임말이다. 첫 음절 을 따고, 둘째 음절 의 모음 를 따고, 셋째 음절 의 받침 를 따서 결합한 것이 이다. 우리말에서 이런 식으로 어형을 단축하여 만들어 낸 신조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만들어진 은 이미 전국 여러 방언권의 학생층으로 확산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얼라’(=알라)어린+가 준말이고, ‘까널라갓난+얼라가 준말이다. 이렇게 과격하게 팍팍 줄여서 말하는 버릇은 왜 생겨난 것일까?

 

 백두현(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