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of Youngnam Cultur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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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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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남문화연구원   |  등록일 16-03-10 15:30   |  조회 1,513회

제14호: 한국 전통문화 자산의 보고

본문

​​ 오늘날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쳐서 흔히 경상도라 부른다. 경상도의 별칭으로 영남이 있다. 전라남·북도를 합쳐 전라도라 하고 그 별칭을 호남이라 하는 것과 같다. 경상도지리지에 따르면 고려 성종 14(995)에 전국을 10도로 나눌 때 상주 지역을 영남도(嶺南道), 경주?김주를 영동도(嶺東道), 진주를 산남도(山南道)로 각각 삼았다고 한다. 그 후 고려 예종 때 경상진주도(慶尙晋州道)를 두었고 이후 여러 번 바뀌다가 충숙왕 원년(1314)에 경상도라는 명칭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영남경상도라는 명칭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행정 단위로서의 경상도의 성립은 이 지역민들의 지역 공동체 의식을 형성시켜 가는 데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다른 도 지역과 구별되는 경상도 지역의 공동체 의식은 행정 단위로서의 경상도가 성립됨으로써 점진적으로 형성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행정 단위로서의 경상도의 성립은 이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한국 문화의 역사적 전통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경상도 지역의 문화권을 나눈다면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째, 경주를 중심으로 한 동부문화권, 둘째,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과 진주·함양 등의 경남 지역을 아우르는 유교문화권, 셋째, 고령·김해·성주를 포함하는 낙동강 유역의 가야문화권 등이 그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의 생활문화권을 기준으로 한다면 부산권, 울산권, 마산·진주권, 대구권, 안동권, 포항·경주권 등과 같은 권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의 역사적 전개에서 조선 팔도의 각 지역은 고유의 언어적·문화적 특징을 간직하며 전체 한국 문화의 형성에 기여해 왔다. 경상도는 고대사에서는 신라의 중심지였고, 고려와 조선에서는 주변 지역으로서 한국 문화의 발전에 기여했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영남 지역에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두툼한 사상·학술·문화 자원이 축적되어 왔다. 한국 불교사의 거봉을 이룬 원효 대사와 유학의 비조인 설총의 고향이 바로 영남이다. 퇴계 이황 선생을 비롯한 조선 유학의 정점을 이룬 학자들이 영남에서 나서 영남을 배경으로 활동했다. 동학을 개창하여 한 세상을 혁신하려 했던 사상가 최제우는 경주가 고향이다. ·현대 한국사를 꿰는 수많은 인물이 이 지역에서 배출됐다.

 전국의 지정문화재 6,48건 중 45%가 넘는 3,131건이 영남권에 소재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의 47%가 영남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삼대 사찰 중 두 채(통도사, 해인사)가 영남에 있으며, 수많은 불교 사적과 사찰이 이 지역에 소재한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 서원 다섯 중 네 곳(도동?옥산?도산?병산서원)이 영남에 있으며, 전국 서원의 35%(680개 중 240)가 이 지역에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영남은 한국 전통문화 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남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한국학 연구의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겠다.

 전통문화를 담는 대표적 그릇은 문자로 기록된 책과 문서이다. 전통시대 때 만든 책을 고서라 하고, 거래와 약속 등을 기록한 각종 문서를 고문서라 한다. 현재 전하는 고문서의 수량은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서는 소장 기관을 중심으로 하여 대략적으로 파악되어 있다.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 고려대 도서관, 연세대 도서관 등이 대표적 고서 소장 기관이다. 대구경북권만 하더라도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국학진흥원 등이 각각 수만 권의 고서를 소장하고 있다. 서울 소재 소장 기관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의 고문헌이 대구?경북에 간직되어 있다. 봉산문화거리에 여러 고서점이 산재한 것도 대구에만 있는 풍경이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 고장은 한국학 연구의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각종 문화재와 고문헌뿐 아니라 한국학 연구 인력과 관련 학과도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다. 그리하여 고문서를 포함한 한문 자료 해독이 가능한 인력 또한 다른 지역보다 훨씬 풍부하다. 한국학 연구를 위한 인적·물적 기반이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된 곳이 바로 우리 고장인 것이다. 이런 전통이 기반이 되어 있기에 대구를 학술의 고장, 학문 수도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영남 지역의 이러한 전통을 고려해 볼 때, 대구시와 경상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식경제구역사업에 지역 전통문화 자원 부문이 빠진 것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백두현(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